1. 웰니스코치 정은채

어르신도 할 수 있는
웰니스피티, 웰니스코치

 

‘웰니스(Wellness)’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말한다. 웰니스코치는 이런 건강하고 행복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다.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까지 코치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흔히 아는 피트니트센터의 퍼스널트레이너와는 차이가 있다. 미국·호주에서는 널리 알려진 직업인 데다 대우 역시 좋다. 웰니스코치 정은채 씨는 “웰니스코칭은 나이 든 어르신들도 도전할 수 있을 만큼 정적인 운동이기 때문에 인생 이모작으로 추천할 만하다”고 강조한다.
“현대인들은 수시로 스마트폰을 보면서 오늘 몇 보 걸었는지, 체중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심전도에 이상은 없는지 등을 체크합니다. 다이어트 비디오를 보고 열심히 따라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운동법을 습득하려 하지만, 결국은 나를 직접 케어해줄 수 있는 퍼스널트레이너가 필요해지죠. 그런 헬스케어 전문가가 웰니스코치입니다. 하지만 피트니스의 개념만이 아니라 정신적 안정을 위한 명상이나 심신안정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는 면에서 피트니스센터의 퍼스널트레이너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웰니스코칭은 몸을 많이 움직여 체력을 소진하는 운동이 아니라 호흡법, 명상 등 정적인 부분이 주를 이룬다. 이런 점에서 나이를 불문하고 도전할 수 있는 직업이다.
“웰니스코치는 물리치료를 전공하거나 체육과를 나온 사람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능해요. 비전공자들도 배워서 수료증을 받으면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넓은 공간에서 힘들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 앉은 자리, 누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가르치기 때문이죠.”

‘작은 움직임’으로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웰니스코칭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인 송파시니어클럽에서 웰니스코치로 일하던 정 씨는 몇 년 전 작은 회사를 설립했다. 정 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스알생활건강)에서는 웰니스코치를 양성해 대학(삼육대학교 보건학과)과 연계된 수료증을 발부하고 웰니스코칭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로 일하던 때에는 발품을 팔아가며 웰니스코치가 무엇인지 알렸다면, 요즘은 대학 등 각종 기관에서 웰니스코칭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나 개발 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고. 정 씨가 처음 이쪽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한 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체육교사로 근무했어요. 그 당시 어머니가 위가 매우 안 좋으셨고 우울증까지 앓으셨죠. 유전적으로 둘째 언니 역시 위가 아파 고생을 했어요. 근데 똑같은 환경에서 자란 저는 건강했고, 잠깐 찾아온 우울증도 금방 치료됐죠.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제 직업적 특성과 환경이더라고요. 1~5교시 내내 호흡법에 따라 호흡을 하고, 단전에 힘을 모으고, 하반신 운동을 하고 있던 것이 도움이 된 거예요.”
그 무렵 어머니가 병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내추럴 메디슨을 배워야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내추럴 메디슨은 바람을 느끼고, 냄새를 맡고, 맨발로 걷는 등 사소하지만 작은 일상의 활동들로 심신을 치유하는 분야예요. 과감히 사직서를 내고 호주로 떠났죠. 공부하는 동안 제 몸이 실제로 안정됨을 많이 느꼈고, 이후 대체의학을 공부하면서 현대인의 노화 및 비만의 원인이 결국 기본적인 운동부족에 있다는 걸 알았어요.”
석사까지 마치고 돌아왔지만, 배운 걸 쓸 기회도 없이 아버지마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정 씨는 부모의 건강을 책임지지 못한 대신 어르신들을 위해 웰니스코칭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송파시니어클럽에서 반은 어르신(노인), 반은 중장년층 대상으로 웰니스코칭을 했어요. 웰니스코칭은 요가나 필라테스처럼 어르신들이 하시기에 무리가 있는 운동이 아니다 보니 더욱 신이 나서 하시더라고요. 어깨가 아파서 팔도 제대로 못 돌리시는 분들, 무릎이 아파서 잘 서지도 못하시는 분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알려드리니까 좋아하고 적극적이 되세요.”
정 씨는 웰니스코치가 되려면 본인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멘토가 되려면 본인부터 롤모델이 되어야 해요. 저희 회사에 웰니스코치가 되겠다고 찾아오신 분 중 칠순이 넘은 어르신이 계신데요. 처음엔 상대방의 눈도 못 마주치시던 분이 이젠 상대의 눈을 보며 얘기하고, 구부정하던 등도 펴지고 자신감도 생기셨어요.”
웰니스코칭 수업은 초·중·고급 세 개 반으로 나뉜다. 각각 90시간, 120시간, 240시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 체중과 체질을 바꾼다. 웰니스코치로서 알아야 할 생활운동뿐 아니라 리더십까지 배운다.
“웰니스코칭은 결국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직업적으로 그 사람을 최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에요. 그 안에는 헬스, 뷰티, 건강이라는 단어가 모두 들어가 있죠. 그래서 모든 면에서 완벽해지도록 만들어요.”
이 과정을 거쳐 수료증을 받으면 웰니스코치로서 활동하게 된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 씨의 회사가 웰니스코치를 필요로 하는 기관 및 개인에 연결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웰니스코치에 대한 수요가 아직까지는 적다 보니 한계도 있다.
“웰니스코치 수료증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취업을 시켜드릴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만큼 수요가 있어야 하니까요. 운동이 생활화되어 있는 외국에서는 웰니스코치에 대한 대우가 다르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 단계거든요. 앞으로 웰니스코치를 더욱 널리 알려서 남녀노소 막론하고 많은 분들이 이 직업을 가질 수 있게끔 하는 게 제 목표예요.”

 

2. 티소믈리에 정승호

 

건강에 대한 관심,
티 바람 분다

 

‘웰빙’이 세계적인 화두가 되면서 세계 최대 커피 시장인 미국에서는 이미 20~30대의 티 선호도가 커피와 동등하게 높아졌다. 티소믈리에는 커피, 와인만큼이나 다양한 산지와 특성, 향기와 맛을 가지고 있는 차의 매력을 알려주는 직업이다.
정승호 씨는 한국티협회 회장이자 국내 1호 티소믈리에다. 한때는 하루에 열 잔 가까이 커피를 마시는 커피마니아였지만, 차에 대한 우연히 관심이 그를 이쪽 분야로 이끌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 커피 시장이 막 성장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당시 커피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우연히 커피를 안 마시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어요.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싫어해? 그랬는데 싫어하는 이유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다른 시장은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바로 티였죠.”
그러던 차에 일본에 다녀올 기회가 생겼고,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대중화된 일본의 티 시장을 목격하고 돌아왔다.
“10여 년 전임에도 일본에는 커피 못지않게 티 전문점이 꽤 많았어요. 홍차나 허브티 등 서양 메뉴를 위주로 팔고 있었죠. 몇 년 뒤 유럽의 티 전문가들과 세계 차 산지를 돌아볼 기회가 생겼는데, 스리랑카, 인도의 다르질링 지역에 갔더니 어마어마한 차의 세계가 있더라고요. 국내에도 언젠가 차에 대한 바람이 불 거라고 확신했고, 더욱 관심을 갖고 바라보게 됐어요.”
하지만 직장생활과 티 공부를 병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2003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그는 유럽의 한 티 회사의 티를 수입하는 일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티 공부를 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국내 특급호텔 호텔리어들에게 티 교육을 나갈 만큼 티 분야의 전문가로 입소문이 났다. 그만큼 티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가 극소수였고, 정 씨는 그 극소수 중에서도 가장 발 빠른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때까지도 티소믈리에라고 불리지 않았어요. 그런 개념도 없었고요. 중간에 캐나다로 건너가 커피와 티를 교육하는 교육기관을 설립해 운영했는데, 한국의 한 대학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죠. 그때 본격적으로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을 만들고 티소믈리에 과정을 론칭했어요. 직업능력개발원에 티소믈리에 자격증 신청을 했고, 2011년에는 노동부에 정식으로 티소믈리에를 직업군에 넣어달라고 요청했죠.”
그가 티소믈리에 1호로 국내에 본격적인 티 바람을 불러온 것은 그때부터다.

‘웰니스’를 생각하면 커피보단 티

지금이야 여러 가지 티 브랜드가 수입되고 티 카페들도 많아졌지만, 불과 5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그가 처음 티소믈리에연구원을 만들었을 때 찾아온 기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기자분들의 첫 질문이 하나같이 ‘지금 중국이 차밭을 갈아엎고 커피를 심는다고 할 만큼 커피가 대세인데 티를 해서 되겠느냐’였어요. 그에 대한 제 대답은 이랬죠. ‘제가 지금까지 활동한 북미에서는 제2의 티 르네상스가 시작됐습니다.’ 중국에서 지금 빠른 속도로 커피 시장이 성장하는 건 현재 중국의 시대적 니즈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에서 2000년대 초반에 커피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했듯이, 지금 중국은 성장을 위해서 커피가 필요합니다. 빨리, 많이, 오래 일을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계속적으로 커피 시장이 성장해온 미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후로 티의 수요가 5년 사이 2배나 뛰었어요.”
실제로 미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건강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일보다 웰빙에 대한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포브스>에서 미국인의 연령대별 커피와 티 선호도 조사를 했어요. 결과가 어떻게 나왔느냐면, 20대부터 차와 커피의 선호도가 같아졌어요. 60세 이상에서는 차에 대한 선호도가 커피의 2배죠. 건강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만의 문화라고 생각했던 티는, 이제 미국과 캐나다에서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단다.
“지금 캐나다에서 불고 있는 티 열풍은 미국보다도 강합니다. 영국과 프랑스 차에 대한 동경과 관심이 이제야 급증하기 시작한 거죠. 캐나다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정된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캐나다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은 ‘웰니스’예요. 그 웰니스의 연결고리에 차가 있죠.”
건강과 웰빙이 화두인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면 차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한때는 커피마니아에서 이제는 티소믈리에가 된 그에게 티를 마실 때의 팁 몇 가지를 물었다.
“요즘은 티 회사에서 기본적으로 이 3가지는 제시해요. 첫째, 티의 양을 얼마만큼 넣어야 한다. 둘째, 물의 온도를 얼마에 맞춰라. 셋째, 얼마만큼 우려라. 근데 이 3가지 팁을 적용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이 내가 마실 차의 특성이에요. 차의 특성에 따라 더 우릴지, 덜 우릴지가 결정되니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이 ‘차는 오래 우릴수록 좋다’는 생각이에요. 차는 오래 우릴수록 떫은맛이 강해져서 가장 맛없는 차가 됩니다.”
그의 말대로 전문가가 많아지면 해당 시장도 넓어지게 마련이다. 많은 이들이 집에서 직접 원두를 갈고 내리는 것처럼, 언젠가 티도 그만큼 사랑받지 않을까.
“제가 차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가늘지만 길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취미생활처럼 즐기면서 어느 정도의 수익 발생 요소들도 있다고 생각했고, 70~80세까지도 할 수 있으니까요.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도전한다면 의미 있는 10년 후, 20년 후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