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예박물관
예술의전당 내 27년 만에 재개관

1백20억원 규모의 리모델링 사업을 벌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이 3월 1일 다시 문을 열었다. 1988년 세계 유일의 서예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개관했지만, 낡은 시설과 복잡한 구조 등의 불편함으로 2014년 문을 닫고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갔다. 1년 4개월간의 리모델링 기간 동안 공간은 4백50여 평 규모로 확대됐고 수장시설 전문화, 아카이브 신설, 전시장별 항온항습 등 다양한 변화가 생겼다. 우리 전통에 실험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독특한 분위기의 박물관이 탄생했다.
새 단장 기념 첫 전시의 주제는 통일이다. <재개관서예축전1 - 통일아!>라는 이름이 붙은 개관전은 국내외 서예가와 명사 등 1만여 명이 통일과 평화를 생각하면서 보내온 한 자 한 자로 공간을 채웠다. ‘망국’, ‘분단’, ‘통일’ 등 3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통일과 평화에 대한 작가들의 생각이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크다. 김구 주석의 ‘홍익인간’, 이승만 대통령의 ‘남북통일’, 박정희 대통령의 ‘조국통일 세계평화’, 김대중 대통령의 ‘경천애인 민족자주’ 등 역대 지도자들의 휘호도 직접 볼 수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 중국, 일본의 서예 작가와 국회의원, 문화예술계 명사 등 1만 명에게 받은 일자서를 최정화 작가, 박기원 작가, 조민석 건축가가 새로운 서예품 설치미술로 재탄생시킨 공간이다. 동양적인 서예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색다른 시도다.
서예박물관에서는 서와 미술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서의 우주와 일상: 문자도 책가도>, <2016 문자문명전 - 한 손에 붓, 한 손에 스마트폰> 등 동양과 서양, 음악, 미디어아트 등 문화융합을 시도한 다양한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가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서예의 새로운 매력을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이다.

 

2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어린이를 위한 맞춤형 미술관

노원구 중계동 등나무 근린공원에 있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어린이 갤러리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젊은 엄마들이 특히 좋아하는 곳이다. 미술관과 공원이 만나 자연, 사람, 예술이 함께 살아 숨 쉬는 문화소통의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날씨가 화창한 봄에 가족 나들이 겸 방문하기 좋다. 수락산, 불암산의 자연경관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작은 동산에서 계절의 변화를 기분 좋게 느낄 수 있다.
이곳의 지하 1층 어린이 갤러리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상설전이 열린다. 맞춤형 교육프로그램과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어 단순히 예술작품을 즐기는 것뿐 아니라 새롭고 복합적인 문화예술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누구라도 보고 느끼고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 중심의 열린 미술관이다.
이번 봄 북서울미술관은 컬러풀하게 변신했다. 전시명 <빨주노초파남보>에서 느낄 수 있듯이 색에 주목한 이번 전시는 아이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색들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고, 색이 가지는 의미도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시각 이미지를 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즐겁게 공감할 수 있는 자리로, 어린이 전시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청소년이나 어른들에게도 색채 이면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문맥과 시각 인식 체계의 관계 등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품 및 작업에 관한 내용을 작가로부터 직접 들을 수 있는 ‘전시와 만나다’ 프로그램은 가장 인기 있는 코너이고, ‘꿈꾸는 미술관’, ‘학교 옆 미술관’, ‘오감체험교실’, ‘미술하는 가족’ 등 다양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이 지루하지 않은 전시공간을 선물한다. 참가방법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 사전 예약하면 된다.

 

3
문래예술공장
예술가들이 만든 색다른 매력

예술가와 철공소 인부들의 삶이 공존하는 지역, 영등포구 문래동은 일제강점기에 방적공장이 들어서면서 공장과의 인연이 깊어진 곳이다. 방적기계를 ‘물래’라고 부르면서 이곳의 지명인 문래동이 자리를 잡았다고 전해진다. 70년대 문래동에는 노동자와 철강공장이 밀집되어 있었는데, 점점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빈자리가 늘어갔다. 이 시기부터 저렴한 작업공간을 찾던 예술가들이 문래동을 메우기 시작해, 지금 문래동에는 1백여 개의 작업실이 존재하고 약 2백 명의 예술가가 활동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로 나와서 약 200m 직진하면 당산로와 도림로 128이 만나는 교차점이 있는데, 그 근방에서 문래예술촌 관련 방향 안내판과 간판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철공소라는 주변 환경 때문에 철을 이용한 예술작품이 거리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 건물 곳곳에서는 독특한 벽화들이 눈길을 끈다. 자기만의 작업실을 찾지 못한 젊은 작가들이 하나둘 이곳으로 모여드는 바람에 거리 곳곳에서 예술작품을 발견할 수 있다. 천천히 산책만 해도 감각 넘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곳이다. 덕분에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문래동의 대표적인 공간인 문래예술공장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 마련된 다목적 창작공간이다. 철공소들이 밀집한 골목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수시로 전시회와 공연도 열린다. 1층 로비에는 예술가들이 작품 제작을 할 수 있는 대규모 공간이 있어서 조형물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는 것도 가능하다. 2층에 있는 박스 시어터에서는 다양한 공연과 영화를 볼 수 있고, 다양한 예술 관련 서적이 놓여 있는 카페테리아에서는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음원 제작 및 녹음을 할 수 있는 공간인 녹음실, 영상 편집실, 작가들을 위한 숙박공간과 운영 사무실도 있다. 3층 갤러리에서는 이곳에 입주한 작가들의 전시작품을 일반인들도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
날씨가 따뜻한 날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4
디뮤지엄
감각적인 문화예술의 최전선

<아홉 개의 빛, 아홉 개의 감성>이라는 개관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뜨끈뜨끈하고 핫한 디뮤지엄은 대림문화재단이 설립 20주년을 맞아 한남동 독서당로에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문화예술 아지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트렌드세터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96년 설립된 대림문화재단은 국내 최초로 사진 전문 미술관인 한림미술관을 대전에 개관했고, 2002년 서울 통의동으로 이전해 대림미술관으로 재개관했다. <린다 매카트니전>, <라이언 맥긴리전> 등 젊은 층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감각 있고 성공적인 전시로 지난해 4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갈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디뮤지엄은 새로운 감성을 제시하는 문화예술 아지트로 전시뿐 아니라 공연, 강연, 패션쇼 등 다양한 행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관람객의 편의와 즐거움을 고려한 공간 구성을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차별화된 매력을 제공한다는 것이 그들의 취지다. 관심이 있는 주제가 있다면 교육적인 시간으로 풀어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선보이고 있는 개관특별전 <아홉 개의 빛, 아홉 개의 감성>전에서는 공간의 특성을 충분히 활용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빛을 주제로 한 해외 작가들의 현대적이고도 세련된 작품으로 채워진 공간은 설치, 조각, 영상, 사운드,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가 모여 구성한 9개의 독립적인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말마다 이색적인 발상의 행사도 진행된다. 디저트 만들기, 미술관 인근 지역의 공방, 디저트 카페 등 지역문화콘텐츠를 미술관으로 끌어들여 보자는 발상에서 시작된 프로그램들은 요가, 콘서트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더블 베이시스트 콘서트, 리코더 콰르텟 공연, 독어와 일어로 번역된 시와 음악이 있는 낭독 콘서트 등 눈길을 끄는 이색 프로그램이 열린다. 평소 프로그램을 잘 봐두면 건질 만한 수업이 제법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