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인류가 말하는 인류에게

글 김찬호

사라진 사람들, 네안데르탈인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한 종으로서, 두뇌나 성대의 구조에서 현생 인류와 매우 가깝게 진화했다. 그러나 자연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이 매우 한정되어 있었고, 상징적인 사고를 지니지 못했다. 그들은 언어 대신 보다 원시 음성 신호로 소통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것은 유인원과 원숭이들이 표출하는 몸짓과 발성의 뿌리를 같이 하면서도 일정한 부분 차별화된다.

허밍,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다
지금 우리가 구사하는 언어보다 훨씬 먼저 등장한 노래 언어의 특징은 어린아이 발달 과정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아이들은 본능으로 여러 가지 소리를 내는데, 그 옹아리에는 아무런 규칙과 질서가 없다. 그것은 일종의 놀이라고 할 수 있다. 입으로 소리를 내고 귀로 들으면서 발성의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고 상대 반응을 통해 마음의 상호작용을 연습하는 것이다. 그것은 음악의 원형이기도 하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인간의 삶과 문화가 얼마나 자연에 깊숙하게 융합되어 있었는가를 암시한다. 허밍의 속성을 꿰뚫는 근본 속성은 ‘연결’이 아닐까 싶다. 음들이 분절되지 않고 전체로 얽혀 있고, 소리와 몸짓이 통합되어 있으며, 자연과 사람 사이 경계가 없다. 그리고 나와 타인 사이 구별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스티븐 미슨은 음악의 기원이 집단의 결속을 높이고 협동을 증진시키는 데 효과 있는 매체가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자연의 소리에 접속하다
미디어가 폭발하는 시대에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진다. 우리는 하루에도 엄청난 문자를 주고받고 여러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그를 통해 무엇이 전달되는가. 분절된 언어는 사물을 분석하고 조작하거나 상황을 객관화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마음을 심층적으로 이어주는 데는 한계가 많다. 오히려 오해와 갈등의 씨앗이 되기 일쑤다. 또한 우리의 언어는 자연의 뿌리와 절연되어 있어서 그 신비함과 오묘함을 그 자체로 담아내기 어렵다. 보다 원초적인 소리의 세계에 이따금 접속해볼 필요가 있다. 어린아이들의 종알거림, 새들의 지저귐, 소수 민족의 음악에 귀 기울이면서 우리는 존재의 바탕을 새롭게 만날 수 있다.

김찬호 님은 문화인류학자로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초빙교수이다. 대학에선 문화인류학과 교육학을 가르치며 대학 바깥에서 청소년 교육과 대안사회, 커뮤니케이션을 강의한다. 《사회를 보는 논리》, 《돈의 인문학》, 《모멸감》을 비롯해 문화와 교육, 문화인류학 관련 여러 책을 쓰고 우리말로 옮겼다.

* 2016년 6월호 <푸른 말을 찾아서> 특집 글 일부를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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