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엄마들에게

아들 키우는 노하우

‘딸 키우는 재미’라는 말은 있지만 ‘아들 키우는 재미’라는 말은 없다. 자녀가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에 아들만 둘이라고 답하면 으레 돌아오는 말은 “힘드시겠어요”다. 지난 7년간 남자아이들에게만 미술을 가르치고 아들맘 수천 명을 상담해온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 최민준 소장에게 아들 키우는 노하우를 물어봤다.

“아들 때문에 수명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아이가 공격적인 놀이만 재미있어해요.” “아들의 머릿속이 궁금한데 대화를 피해요.”

아들 가진 엄마들은 고민이 많다. 내 속으로 낳았지만 통 속을 모르겠는 아들내미는 하루에도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수만 가지나 한다. 그런데도 아이에게 늘 미안한 게 엄마의 마음이다.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의 최민준 소장은 남자아이의 특성을 여성인 엄마가 전부 이해하고 헤아리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모든 시행착오를 엄마가 스스로 다 짊어지고 자책하다 보면 육아 자존감이 낮아지고, 아이를 대하는 데 일관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스스로를 용서해야 한다고도 했다.

“어머니들은 자기 자신에게 모진 경우가 많아요. 음식을 굉장히 잘 해줘도 아이가 밥을 잘 안 먹거나 마른 체형이면 엄마 탓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죠. 아이가 내향적인 경우도 자기의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아이와 엄마를 분리하지 못해 생기는 일입니다. 엄마인 자신을 용서하고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면 육아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어요. 그러면 일관성을 획득할 수 있고요.”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의 최민준 소장은 남자아이의 특성을 여성인 엄마가 전부 이해하고 헤아리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남자아이들, 못난 게 아니라 못나 보이는 것

최민준 소장은 대학시절 12살 어린 여동생과 여동생의 동네 친구들에게 그림 그리는 재미를 알려주려 산으로 들로 함께 다니다 아동미술교육에 입문했다. 남자아이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그때부터였다.

“남자아이들이 약자에 속하더라고요. 이해받지 못하는 영역이 많은데도 남아들은 그런 부분을 자신의 언어로 잘 표현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에요. 평가 방법이나 기준이 여자아이들에게 더 유리하도록 설정돼 있는 부분도 많고요. 남자아이들을 대변하기 위해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죠.”

최민준 소장은 전국 17곳에 남자아이들만 가르치는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일을 시작하며 휴학했던 대학으로는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천방지축에 산만하고 말을 잘 안 듣는다는 억울한 평가를 받는 남자아이들을 위해 할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남자아이들은 못난 것이 아니라 못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모든 남자아이들이 똑같은 성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보편적으로 보면 여자아이들과는 다른 특성이 있어요. 우선 여자아이에 비해 언어능력이 1.5세 정도 늦고요. 또 경쟁심이 굉장히 강해서 특히 여아들과 모여 있을 때 자신이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도망가는 경향이 있죠. 그리고 귀가 잘 안 들려요.(웃음) 사람의 말은 잘 듣지 못해요. 공감하는 능력도 떨어지고요. 소근육보다는 대근육이 발달돼 섬세한 표현도 어려워요. 정적인 것보다 동적인 것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정지해 있는 물건은 잘 찾지도 못합니다.”

그는 이러한 특성들 때문에 남아의 능력이 낮다고 평가되지만 능력이 다른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단점으로 보일 수 있는 이러한 남아의 특징들을 상쇄시킬 만한 장점이 있다고도 했다. 바로 저항정신과 창의력이다.

“창의력이라는 것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에요. 창의력이 순종과 저항 중 어느 쪽에 더 가깝겠어요? 문제가 있을 때 주어진 것을 넘어서 해결해내는 창조성, 그런 저항정신은 남자애들에게 많이 발견돼요. 남편들 보면 라면도 레시피대로 안 끓이잖아요. 아들은 쓸데없이 개미를 쫓아다니고요. 남성들에게는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어요. 수업시간에도 문제를 내면 여자아이들은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하지만, 남자아이들은 출제의도를 넘어서서 선생님을 웃기려고 들어요. 저는 아이들이 들고 나오는 변수나 다양한 답변이 수업의 방해요소가 아니라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세기를 휘어잡았던 미술가들 중에는 남자가 많았잖아요. 주어진 경계 안에서 충실한 사람이 꼭 이기는 게 아닌 거죠. 저도 어릴 때 말을 지지리도 안 들었어요. 그래서 말 안 듣는 아이들과 강한 유대감이 있습니다.”(웃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들과의 대화가 끊기지 않는 것
새 책 <아들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엄마들에게>에서 그는 아들맘들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지난 7년 동안 뜻을 같이하는 자라다의 교사들과 토론하고 소통한 내용을 바탕으로, 엄마들이 자신과 아이 모두를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우리가 또 하나의 이론과 편견을 창조하고 싶지 않아요. ‘남자애들은 이래’, ‘남자애들은 이래야 해’ 같은 답을 내리는 것 자체가 아이들한테 폭력이 된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쉽게 정의 내리고 결론짓지 말자는 의미로 교사들과는 물론 어머니들과도 토론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맘들이 꼭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도 잊지 않았다. 아이가 어떠한 문제행동을 보이느냐와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엄마와 아들의 대화라는 것이다. 아들맘들이 아이를 바라보며 가장 많이 걱정하는 폭력성, 산만함, 거짓말… 그 어떤 것보다도 아이가 입을 닫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엄마와 아이 사이에는 세대 차이, 남녀 차이 등 여러 가지 간극이 존재합니다. 그 차이의 간극을 메우려면 엄마가 아이의 세계로 들어가야 해요. 아이가 다섯 살이면 다섯 살의 시각으로 아이를 대해야 하는 거죠.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하면 안 된다고 분명히 이야기해야 하는 영역도 있지만,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들여다봐야 하는 영역도 있어요. 게임의 경우도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거든요. 아이를 이상하게 보지 마시고 아이가 무엇에 빠져 있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해보세요. 마인크래프트에 로그인해서 같이 해보고 그 아이가 겪는 세계를 느껴본 다음에 얘기를 해야 아이가 엄마 말에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들이 엄마와 대화하는 것을 피하지 않게 만드는 데는 엄마의 일관성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아이가 엄마에게라면 언제든지 털어놔도 괜찮다는 느낌을 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엄마한테 기복이 있어 어느 날은 말해도 되고 어느 날은 말하면 안 된다면 신뢰가 떨어질 수 있어요. 수많은 어머니들을 만나면서 알게 됐어요. 이미 육아에 대한 좋은 정보와 지식을 알고 계시다는 것을요. 그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한 번 더 듣고 싶으신 거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죠. 어머니가 보기에 맞는다고 생각하는 걸 일관성 있게 붙들고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좋아하는 일을 탐구하고 끈덕지게 몰입하는 힘

최민준 소장이 이끄는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에서는 미술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다. 미술교육을 통해 남자아이들의 표현능력을 키워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의사소통 능력을 배우는 거예요. 표현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욕구 중 하나잖아요. 보통 여자아이들은 변론하고 표현하는 걸 잘해요. 물론 말을 많이 하는 남자아이들도 있지만 대개는 억울하고 힘들었던 일을 누군가에게 말하면 스스로 나약하다고 생각하죠. 자기표현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미술이 언어를 대신하는 수단이 되는 거예요. 어머니들이 처음 오시면 물어보세요. 그리기는 안 하느냐고요. 여기는 그리기를 하는 곳도 만들기를 하는 곳도 아니에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더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발전시키는 곳이죠.”

그는 자신의 연구소에 오는 아이들이 모두 미술가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 어떠한 직업을 갖길 바라는 마음 자체가 없다. 그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만났을 때 끈덕지게 몰입하는 법을 알려줌으로써 자신만의 콘텐츠를 갖기 바란단다.

“요즘은 영어 못하는 아이가 없죠. 그런데 막상 미국에 갔을 때 그 영어로 할 이야기가 없는 아이들은 많다고 생각해요. 어휘와 억양을 아무리 치밀하게 교육받아도 현지인에게는 말을 예쁘게 잘하는 사람에 불과한 거예요. 모두를 통역사로 키울 필요는 없잖아요. 마찬가지예요. 아이가 좋아하는 게 생기면 어른들은 무조건 진로나 직업으로 연결을 지어요. 아이가 사슴벌레를 좋아하면 ‘그걸로 갈 수 있는 대학이 어디일까?’라고 하는 식이죠. 진정한 배움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 거예요. 자라다에서는 적어도 아이가 좋아하는 것 한 가지는 찾게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그것에 몰입하는 경험을 갖게 해주고요.”

그는 좋아하는 게 없는 아이, 그리고 가능성이 없는 아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만약 그런 아이가 있다 하더라도 교육은 효율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이에게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믿고 10년이고 20년이고 격려했는데도 아이가 변하지 않았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 시간이 헛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아이는 그 시간만큼 따뜻한 가르침과 기대, 존중을 받은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