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특집 | 축제 따라 걷는 하늘억새길]

[영남알프스 특집 | 축제 따라 걷는 하늘억새길]
 마치 유럽 알프스 온 듯 하늘과 바람과 구름… 살랑이는 억새, 그 사이로 난 길…
박정원 부장 / 사진·정정현 국장 
5개 구간 30㎞ 원점회귀 코스, 가을 대표적인 걷기길로 인기
영남알프스, 이름만 들어도 설렌다. 지리산·설악산 등이 한국적 특징을 지녔다면 영남알프스는 말 그대로 유럽풍의 아름다운 산군(山群)이다. 이름부터 이국적이다. 간월산(1,083m), 신불산(1,209m), 영축산(1,059m), 재약산(1,108m), 천황산(1,189m), 가지산(1,240m), 고헌산(1,032m) 등 해발 1,000m 이상의 7개 산군의 형상과 풍광이 유럽 알프스 못지않다고 해서 붙여졌다.
봄 진달래와 철쭉, 여름 폭포와 계곡, 가을 억새와 단풍, 겨울 설경 등 4계절 풍광은 어느 산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다. 특히 해발 1,000m 내외에서 드넓게 펼쳐진 신불평원과 사자평원, 간월재, 고헌산 정상 등의 억새는 면적과 군락의 크기에서 전국 최대를 자랑한다.
 
▲ 바람에 살랑이는 억새가 영남알프스 자락을 수놓은 가운데 저 멀리 산능선이 길게 늘어서 있다. / 사진 울산시청 제공
영남알프스 억새군락은 총 711만㎡(240여만 평)에 이른다. 재약산과 천황산에 걸쳐 있는 사자평원이 413만여㎡로 가장 넓고, 신불평원이 198만여㎡, 고헌산 정상이 66만여㎡, 간월재가 33만여㎡ 규모다. 이들 억새군락들은 가을만 되면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새하얀 자태를 여기저기서 뽐낸다.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은 영남알프스 억새군락을 가을의 주요 출사지역으로 꼽는다. 가을 영남알프스에 등산하면 억새를 촬영하는 사진작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가을의 대표적인 자연경관인 억새밭의 억새를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으악새’라고도 부른다. 우리 노래에 나오는 그 으악새다. 전국 어느 산에서나 볼 수 있어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식물이다. 보통 키가 120cm 정도로 사람보다 키가 작으나,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에는 사람 키보다 큰 억새도 있다. 중북부의 경우 2m 이상 자라기도 한다. 남부지방의 경우엔 어른의 허리 정도로 작다.
억새의 종류는 잎이나 꽃에 따라 참억새, 가는잎억새, 물억새, 금억새 등으로 구분한다. 이 중 우리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종류가 참억새다. 영남알프스에 대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도 이에 속한다.
억새꽃은 그 생김새가 백발과 비슷해 황혼과 잘 어울린다. 따라서 황혼 무렵에 억새를 감상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햇빛이 너무 강하지 않은 아침 또는 오후 늦게 감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진작가들도 주로 이 시간대에 몰린다. 오후 3~4시에 억새밭에 들어가 있으면 은빛이던 억새는 두세 시간 후 황혼 무렵에 온통 황금빛으로 변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사진작가들도 감탄을 금치 못한다.
9월부터 피기 시작하는 억새는 보통 은색이나 흰색을 띄며, 가끔 얼룩무늬를 보이는 것도 있다. 억새의 절정시기는 단풍보다 대개 일주일 정도 빠르며, 시기만 잘 맞춘다면 억새와 단풍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더욱이 억새는 단풍과 달리 11월 말 늦가을까지 즐길 수 있다. 단풍과 억새의 관계에 있어 ‘단풍이 좋으면 억새가 나쁘고, 억새가 좋으면 단풍이 나쁘다’는 말이 있다. 이는 단풍과 억새의 생장조건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 간월산 내려가는 길에 수만㏊의 억새평원이 길게 펼쳐져 있고, 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고 있다.
사진작가들의 주요 출사지역으로 꼽혀
억새의 꽃말은 친절과 세력 또는 활력을 나타낸다. 영남알프스의 억새는 이 군락 면에서 이미 큰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바람에 산들거리는 억새의 활력과 생동감은 가을의 정취에 한껏 빠져들게 하고도 남는다.영남알프스의 억새군락지 총 711만㎡(240여만 평) 중 3분의 2가량이 울산시에 속한다. 울산이 150여만 평, 양산이 25만여 평, 밀양이 40여만 평 등이다. 울산은 이 어마어마한 자연경관을 매년 억새축제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름도 ‘영남알프스 억새대축제’다. 올해부터 매년 분산 개최하던 축제를 한데 모아 10월 중에 6개 축제를 집중적으로 열기로 했다. 올해 억새대축제는 10월 7~8일 양일간에 걸쳐 개최한다. 개최장소도 하늘억새길이 지나는 간월재가 메인 행사장이다.
하늘억새길은 영남알프스의 하늘과 바람과 구름과 억새와 길이 어우러진 걷는 길이다. 낮엔 햇살을 받아 산들거리고 밤엔 달과 별빛을 받아 반짝이는 억새의 매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영남알프스에 한껏 빠져들게 한다.
▲ 신불산 정상 다다라서 힘들게 올라가는 능선 뒤로 영남알프스의 다양한 산군들이 길게 펼쳐져 있다.
밀양시는 가지산과 고헌산을 제외한 영남알프스 5개 산군과 능동산을 이어 걷는 동시에, 억새를 즐기면서 등산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도록 해발 1,000m 내외에 길을 조성했다. 마치 하늘 위에서 억새를 내려다보는 것 같다고 해서 이름도 ‘하늘억새길’이라고 명명했다. 총 5개 구간 29.7km로 원점회귀하도록 만들었다. 1구간은 간월재~신불산~신불재~영축산까지 4.5km, 2구간은 영축산~청수좌골~국도69호선~죽전마을까지 6.6km, 3구간은 죽전마을~향로산갈림길~재약산~천황재~천황산까지 6.8km, 4구간은 천황산~샘물상회~능동산~배내고개까지 7km, 5구간은 배내고개~배내봉~간월산을 거쳐 다시 간월재까지 4.8km에 이르는 총 30km 가까이 되는 길이다.
영남알프스 억새대축제가 열리는 간월재에서 출발한다. 간월재가 1구간 시종점이다. 잠시 영남알프스 간월산에 대해 살펴보고 넘어가기로 하자. 간월산은 전형적인 육산이지만 살짝 악산의 모습도 보여준다. 동쪽으로는 간월공룡능선이 쭉 뻗어 있다. 간월산이란 이름을 아무리 살펴봐도 뜻을 알 수 없다. <대동여지도>에는 ‘看月山(간월산)’으로, 등억리의 사찰엔 ‘澗月寺(간월사)’로 돼 있다. ‘看月山’은 달을 볼 수 있는 산이란 뜻인 듯하고, ‘澗月寺’은 계곡과 달이 있는 산이란 의미로 볼 수 있다. 한자가 모두 다르다. 단순히 1,500여 년 전 간월산 기슭에 간월사라는 사찰이 있어, 산 이름도 간월산이라 했다고만 전한다. 이름만 정해지고 정확한 유래를 알 수 없어 한자표기가 들쭉날쭉한 듯했다.
간월산의 동북쪽에 태화강의 지류인 작괘천 발원지가 있다. 그러고 보니 낙동정맥 줄기인 영남알프스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울산 태화강의 발원지가 되고, 서쪽으로는 낙동강으로 합류한다. 낙동강이야 태백에서 시작된 거대한 물줄기지만 태화강은 울산의 강으로서 간월산이 발원지인 것이다. 작괘천에서 나온 물이 바로 아래 있는 등억온천의 온천수로 사용되고 있다.
간월재의 커다란 돌탑에 간월재란 비석이 있다. 그런데 그 옆에 있는 이정표에 간월산 1,068m, 신불산 1,159m 등으로 표시돼 있다. 지도와 이정표와 정상 비석의 고도 표시가 전부 제각각이다. 간월산만 하더라도 정상 비석엔 1,083m, 이정표엔 1,068m, 지도엔 1,037m로 돼 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신월산도 마찬가지였다. 이정표에서나마 높이 표기를 통일해야 할 것 같다.
억새평원은 영남알프스의 명물
이제부터 본격 걷기가 시작된다. 1코스로 접어들어 신불산으로 간다. 30여 km를 5개 코스로 나눴으니 한 개 코스에 6km 내외쯤 된다. 각 코스 시·종점마다 등산로로 하산길이 연결된다. 좋은 코스를 골라 감상하면서 걸으면 영남알프스 보는 재미와 걷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특히 가는 곳마다 펼쳐진 억새평원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영남알프스만의 명물로서 감동을 배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산도, 길도 내려오면 다시 올라간다. 고도 900m 남짓 되는 간월재에서 신불산 정상 1,209m까지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억새만 있다고 해서 길이 전부 햇빛에 노출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길 주변으로 한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그늘을 드리운다. 노출된 부분은 어김없이 쉼터를 조성했다.
▲ 쇠점골약수터에서 내려와 샘물산장까지는 임도로 계속 걷는다. 이 임도가 울산과 밀양의 경계선이기도 하다.
숨이 조금 거칠어지자 능선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는 대개 옛날 공비토벌을 위해 빨치산 지휘소가 있던 자리에 조성했다. 산이 깊으면 몸을 숨길 곳이 많고 자연 공비들의 좋은 은둔처가 됐다. 영남알프스도 그만큼 깊은 산이라는 얘기다. 신불산은 간월산과 함께 1983년 울주군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신불산(神佛山)은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옛날 산중허리에 신불사라는 사찰이 있어 신불산이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정상에 도착했다. 영남알프스 산군 중에 도립공원 가지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비석엔 1,209m로 돼 있다. 다른 이정표에는 1,159m, 1,166m 등 높이표시가 들쭉날쭉하다. 영남알프스에 대한 깊이 있고 체계적인 연구나 조사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동쪽으로는 신불공룡능선이 쭉 뻗어 있다. 공룡능선의 끝자락 즈음에 자수정 광산이 있다.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나름 유명한 자수정을 생산했다고 한다. 지금은 파헤쳐진 폐광 상태로 방치돼 있다.
이젠 영축산으로 길이 연결된다. 하늘억새길은 정말 하늘과 억새가 연결된 길인 듯하다. 1,000m 능선을 오르내리면서 억새 군락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만㎡의 억새가 군락을 이룬 신불평원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능선 따라 억새 사이로 걷기에 너무 운치 있다. 한마디로 ‘억새 천국’이다.
신불평원의 억새 천국을 지나다 인기척에 놀란 고라니가 푸드덕하고 억새 사이로 도망간다. 꿩도 간혹 화들짝 놀라 비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억새 사이 고라니가 도망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이다.

[출처] 월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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