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며 세계가 얼어붙었다. 잠시 참아내면 끝날 줄 알았던 팬데믹은 모든 것을 집어 삼켰으며 우리는 이전과는 전혀 달라진 일상을 강요당하고 있다. 백신이 등장하고 각 국 정부와 방역당국이 코로나19와 치열한 전쟁을 벌였지만 아직도 전쟁의 최종승리는 요원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제 공존의 길을 선택해 차악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미 시작된 위드 코로나

세계는 위드 코로나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떨쳐낼 수 없는 코로나19를 인정하고 방역과 일상의 균형을 통해 우리의 삶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백신 접종율을 높이면서 코로나19가 '선'을 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전략이다.

영국이 대표적이다. 8월로 들어서며 영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박으려는 셧다운 조치를 전격적으로 풀어냈으며 방역체계 강화와 치명률 관리로 방향을 선회했다. 심지어 영국 교육부는 9월부터 백신 접종과 관련없이 학교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도록 했다.

이스라엘은 4월부터 경제활동 재개에 나섰으며 6월에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지했다. 이 외에도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들도 방역 규정을 없애며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상태다. 미국 뉴욕주도 지난 6월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종료했으며 대규모 방역 규제도 중단한 상태다. 위드 코로나,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했다는 평가다.

국내도 위드 코로나의 분위기가 한창이다. 지금은 확진자 폭등으로 흐지부지됐으나 서울시는 지난 4월 서울형 상생방역을 제시하며 코로나19를 관리하는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으며 몇몇 지자체에서도 조심스러운 위드 코로나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본격적인 액션플랜도 나왔다.민관 합동기구인 ‘코로나19 일상회복 지원위원회’(일상회복위)가 13일 첫 회의를 시작한 가운데 조만간 의미있는 방향성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브리핑에서 “일시적으로 유행이 증가할 수 있는 위험성은 있으나 일상회복을 위한 노력을 중단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사회 취약계층들에 두터운 지원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누고 공감했다”고 전했다.

지금도 일상회복위는 추가 회의를 열며 위드 코로나 시대의 안착을 준비하고 있다. 디데이는 11월 1일이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일정을 발표한 김부겸 국무총리는 “11월부터 우리가 약속한 대로,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이번이 정말 마지막 거리두기 조정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여론도 우호적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9월 진행한 위드 코로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3%가 위드 코로나 정책 적용에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제 무대까지 완벽하게 만들어진 셈이다.

끝나지 않는 끝

위드 코로나 시대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우리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와 위드 코로나의 차이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더욱 입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19가 절정을 향해 치닫던 2020년대 중반, 인류는 포스트 코로나의 패러다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팬데믹이 모두의 삶을 바꿔버린 상태에서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고민했다는 뜻이다.

주로 집단감염을 우려한 대규모 오프라인 회동이 어려워지며 온택트의 개념이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활동 반경이 좁아지며 모든 조직의 '커뮤니티화' 전략이 안착하는 한편 이를 통해 정부의 통제사회가 강해질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예언까지 고개를 들었다.

코로나19에 대항하기 위해 중앙권력의 힘이 강해지며 시민을 압박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세계적 석학인 유발 하라리는 파이낸셜 타임즈(FT)에 기고한 '코로나 이후의 세계(Yuval Noah Harari: the world after coronavirus)'칼럼에서 '팬데믹 과정에서 정부의 감시기술이 '근접감시'(over the skin)에서 '밀착감시'(under the skin)로 전환될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여기서 포스트 코로나의 전제조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포스트 코로나는 말 그대로 팬데믹 이후, 즉 코로나19의 종식을 의미하며 인류의 승리를 뜻한다. 여기에는 코로나19가 시작되며 인류의 삶이 달라진 상태에서 팬데믹이 종식되어도 달라진 일상이 회복 탄력성을 보이지 않고 변형된 형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제가 깔렸다.

문제는 코로나19를 영원히 퇴치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 있다. 실제로 백신 접종이라는 인류의 반격이 시작됐으나 코로나19는 델타와 같은 바이러스의 변화무쌍함을 자랑하며 마치 목에 걸린 가래처럼 끈질기에 우리의 삶에서 떨어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의 대체 개념으로 위드 코로나가 등장한 배경이다. 이제 코로나19는 독감 바이러스처럼 영원히 사라지지 않은체 우리와 공존할 수 밖에 없는 불편한 이웃이 됐으며, 이 위험하고 불편한 이웃의 손에 파괴적인 무기만 들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다.

포스트 코로나와 위드 코로나의 이러한 결정적 차이는, 우리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희망하며 품었던 '이후의 미래'가 팬데믹으로 고통받던 시절 그렸던 미래와는 사뭇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