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을 위한 낮은 둥지

小곤小곤/ 가장 작은 무료 종합병원, 요셉의원
밑바닥을 위한 낮은 둥지


가을바람은 쪽방을 무심히 지나쳤다. 영등포 쪽방촌 주민들은 덕지덕지 붙은 방에서 나와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더우니 말 시키지 말라는 사람들, ‘요셉의원’ 이야기를 꺼내자 고개를 든다. “참 좋은 일 많이 하는 곳이야. 내가 관절염 약을 10년 이상 타 먹었지. 저기야.” 손가락은 남루한 3층 벽돌 건물에 가닿는다. 쪽방촌이 시작되는 거기에 요셉의원이 있다.
요셉의원(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423-57)은 국민건강보험이 없는 사람을 위한 무료자선병원이다. 환자는 노숙자, 행려자, 쪽방촌 주민, 외국인 노동자가 대부분이다. 1987년 건강보험이 없을 당시 가난한 동네 신림동에서 개원한 이후, 재개발이 진행되자 1997년 영등포동으로 이전했다. 가장 낮은 곳을 찾아온 셈이다. 지금까지 병원을 거쳐 간 사람은 52만 명. 정부 후원 없이 6백 명의 자원활동가와 5천 명의 후원자가 일군 기적이다.
 
그 기적의 중심에 故 선우경식 원장이 있다. 진료봉사를 하던 청년의사는 환자가 너무 많자 방 한 칸을 얻어 시작한 것이 요셉의원이었다. 도망가고 싶었지만 환자들이 밀려와 도망갈 수도 없었다던 그는 요셉의원을 20년 넘게 이끌었다. ‘영등포 슈바이처’라 불리던 삶이었다.

 
진료실은 고작 서너 개지만 요셉의원은 안 하는 진료가 없다. 내과, 외과부터 안과, 신경정신과, 산부인과, 한방과, 치과까지 종합병원이 따로 없다. 다만 의사 역시 퇴근 후 활동하는 봉사자이기에 상근의사가 있는 내과(오후 1시~5시)를 제외한 다른 과목의 진료시간은 오후 7시부터 9시다. 한 달 치 일정을 공지하면 환자들은 이에 맞춰 내원한다. 현재 원장의사를 맡고 있는 신완식 선생(61세)은 “이곳이 붐비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지만 여전히 하루 평균 1백 명의 환자가 요셉의원을 찾는다.  
공간이 좁아 원장실과 주사실조차 나뉘지 않은 병원. 입원실과 수술실이 없는 병원. 기증 받은 물건만 쓰다 보니 선풍기 하나까지 낡은 것투성이인 병원. 그런 요셉의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말한다. “언제나 부족했지만, 언제나 채워져 있었다”고.
 
글 송은하 기자 / 사진 성도현 대학생명예기자
 
* ‘小곤小곤’은 작은 공간과 그곳을 지키고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지면입니다. 쉿, 가까이 마음 기울여야 들리는 작고 귀한 귓속말이 격월로 이어집니다.

[출처]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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