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의 시간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 중 누가 가장 값어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를 묻는다면 추신수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시계 엑스칼리버 크로노그래프 3760만원 로저드뷔. 스리피스 슈트 321만원 돌체& 가바나. 셔츠 가격 미정 델디오. 타이 23만원 에트로. 포켓스퀘어 20만원대 S.T. 듀퐁. 구두 가격 미정 크리스찬 루브탱.
 
 

 
시계 엑스칼리버 콰토르 6억3619만5000원 로저드뷔. 재킷 250만원, 바지 79만원 모두 S.T. 듀퐁. 셔츠 가격 미정 델디오. 머플러 54만원 에트로. 보타이, 포켓스퀘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시계 엑스칼리버 오토매틱 스켈레톤 8900만원 로저드뷔. 슈트 387만원 조르지오 아르마니. 셔츠 가격 미정 델디오. 보타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시계 오마주 더블 플라잉 투르비옹 4억5149만원 로저드뷔. 슈트 328만원, 머플러 28만원, 타이 25만원, 포켓스퀘어 가격 미정 모두 꼬르넬리아니. 셔츠 가격 미정 델디오.
 
 

 
시계 오마주 오토매틱 3620만원 로저드뷔. 슈트 780만원, 셔츠 83만원, 타이 43만원, 포켓스퀘어 24만원 모두 키톤.
 
 

 
시계 엑스칼리버 오토매틱 2000만원 로저드뷔. 슈트 95만원 스튜디오 더수트. 핀턱 셔츠 가격 미정 바톤 권오수. 구두 29만원 유니페어. 포켓스퀘어, 보타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년 만이었다. 추신수가 한국에 다시 돌아오기까지 2년이 걸렸다. 2주 정도 한국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그에게 쏟아지는 질문과 플래시의 숫자만으로 그가 2015년 시즌을 어떻게 보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어디에 갔는지, 무엇을 했는지 온라인 뉴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아시아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사이클링 히트(타자가 한 게임에서 1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친 경우)를 기록한 타자에 대한 존경심과 예우였다(14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사이클링 히트는 306번 나왔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스케줄보다 더 혹독한 시간을 한국에서 보내고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마음껏 쉴 수 없었다. 매일 원정 경기를 치르러 가는 것처럼 어디론가 가야 했고, 그곳에서 야구 경기 시간보다 길게 무슨 일을 해야만 했다.
“그래도 피곤하지 않아요. 한국에서 하는 모든 일을 최대한 즐기려고 합니다. 야구 선수지만 야구가 아닌 무언가를 할 때만큼 뜻밖의 행복과 기쁨을 주는 일도 없죠. 그런데 오늘은 <1박2일>을 찍고 와서 그런지 살짝 정신이 없네요. 지금 몇 시죠?”
 
오후 2시가 조금 넘었다. 겨울이 시작된 지 꽤 시간이 흘렀고 세상 모든 아스팔트는 차가움을 먹은 지 오래다.
“다행히 감기에 걸리지 않았어요. 소중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아이들과 아내와 오랜만에 한국에서 보내는 시간이라 하루하루가 너무도 소중하거든요. 감기에 걸려서 시간을 보내면 정말 억울했을 겁니다.”
 
추신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선수에게 주어진, 비시즌이라는 시간을 아낌없이 쓰고 싶어 하는 게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약간의 자유가 끝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면 매일 운동을 해야 하고, 봄이 오기 전에 몸을 만들어야 한다. 2015년 겪었던,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를 다시 맛보지 않으려면 2016년 봄이 오기 전까지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의 시즌 초반 성적이 처참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한국에서 지켜보던 수많은 사람이 우스갯소리로 ‘텍사스는 한국인 여행 금지 구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5년에만 162억원을 받는 선수가 절대 보여줘서는 안 될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이후로 그의 성적은 162억원을 한참 뛰어넘었다.
 

 
시계 엑스칼리버 크로노그래프 3350만원 로저드뷔. 슈트 가격 미정, 보타이 8만원 모두 바톤 권오수. 셔츠 38만원 에트로. 구두 29만원 유니페어.
 
 
“사실 저와 같은 베테랑 선수는 기술적인 면에서 슬럼프가 오지 않습니다. 정신력이 문제죠. 시즌 초반, 작년에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을 만회하려고 너무 큰 그림을 그렸던 것 같아요. 하얀 종이에 큰 그림부터 그리고 밑그림을 제대로 그리지 못한 거죠. 전반기에는 안타나 홈런을 꼭 쳐야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안타를 치고 못 치고를 떠나서 안타를 치기 위해서 뭐가 필요한지를 따지기 시작했죠.”
 
타율이 1할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열 번 타석에 들어서면 한 번도 안타를 못 치는 성적이었다. 시즌 초반 텍사스 제프 배니스터 감독은 경기에서 진 후에 인터뷰 할 때 ‘추신수의 송구 탓’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하기까지 했다. 베테랑 선수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다. 국내는 물론 미국 현지에서도 추신수의 부진을 맹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버텨냈다.
“사람들이 야구를 인생에 많이 비유하죠. 그렇게 생각하면 올라갈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는 거죠. 안 좋을 때 모든 걸 한 번에 바꾸려고 하기보다 조금씩 바꿨죠. 또한 얽힌 것을 억지로 풀려고 하지 않고 그냥 놔뒀어요. 그러면 알아서 풀리기도 하더라고요. 제 자신을 믿기도 했고요. 내 실력을 아니까 계속 하던 대로 했어요. 심판이 볼을 스트라이크로 잡아도 흥분하지 않았죠. 온전히 투수와의 싸움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결국 모든 걸 이겨냈죠. 아내와 아이들이 믿어줬기에 가능했던 결과입니다. 가족과 있으면 성격이 바뀌는 것 같아요. 더 느긋해지죠.”
 
유니폼을 입지 않는 겨울,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야구 시합을 매일 해야 하는 그때와 지금이 뭐가 다른지 물었다.
“시계죠. 시계를 마음껏 찰 수 있다는 기쁨이 있죠. 시계를 좋아한 지 이제 5년 정도 되었는데, 연습을 하거나 시합을 하면 손목에 차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마음 편안히 제 손목에 시계를 차고 다닐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거 아세요? 시계는 참 조그마하고 동그래요. 이 조그마한 걸 만들기까지의 시간과 정성, 그런 걸 생각했을 때 그 어떤 것보다 값어치가 있는 것 같아요. 조그마한 것을 만들고 인정을 받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야구 선수와 닮아 있죠.”
 
추신수의 왼쪽 손목에는 로저드뷔가 있었다. “비싼 시계를 찬다고 해서 그 사람의 시간이 더 비싸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물었다.
“하지만 태도는 달라지죠. 행동도 바뀌고요. 로저드뷔가 제 손목에 놓이는 순간 자신감이 생기면서 시계를 만든 장인과 같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그 시간이 저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와 비슷한 점도 있죠. 희소성과 장인 정신이죠. 정교하기도 하고요. 날아오는 작은 공을 치고 또 그 공을 잡으려는 제 모습과 말이죠. 라커 룸에 시계를 벗어놓고 운동장으로 나갈 때, 마음이 묘하게 변하면서 집중력이 생깁니다.”
 
이제 막 30대 중반이 된 남자가 말하는 시계는 그저 폼을 잡으려는 다른 이들과는 달랐다. 10년 동안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선수는 자신감이 넘쳤다.
“2016년에는 텍사스가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할 거라고 봅니다. 그저 꿈이 아니죠. 다들 2015년 시즌에 서부 지구 우승을 경험하면서 샴페인 파티를 했죠.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앞으로 그에게 선수로서 남은 시간은 짧으면 5년, 길면 7년이다. 이미 지금까지의 모습만으로도 가장 값어치 있는 시간을 보낸 야구 선수라고 부를 수 있지만 그는 또 어떤 생각을 하며 앞을 내다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지금까지 아주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부족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은퇴하는 그 순간까지 더 훌륭한 선수가 되어야죠. 큰 부상만 당하지 않으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잘 보낸 시간이 아깝지 않게 다시 시간을 보내야죠.”
 
인터뷰 성현재(Sung Hyunjai) 스타일리스트 박만현(Park Manhyun), 김미현(Kim Mihyun) 헤어 조영재(Cho Youngjae) 메이크업 이영(Lee Young) 템테이션 도베르만 루키(Rookie) 어시스턴트 김안젤라(Kim Angela), 방영은(Bang Youngeun), 박재형(Park Jaehyung)
 

[출처] 에스콰이어 Esquire (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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