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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읽고 느낀 희열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2015년 12월 9일, 나는 운동을 하다가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는 내가 심심해 보였던지 친한 친구 한 명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선물해줬고, 그때까지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던 나는 그것을 계기로 지난 26년간의 가치관이 재정립되는 경험을 했다. 그때부터 미친 듯이 책을 읽게 되었다. 출퇴근하는 시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온전히 독서에만 빠져들었고, 그렇게 1년에 약 400권에 달하는 책을 읽었다. 단순히 읽은 것만이 아닌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최대한 솔직하게 남기려고 했고, 책 요약 동영상까지 촬영했다. 그렇게 SNS에 내가 만든 콘텐츠를 올리다 보니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지난 2년간 책을 통해 정말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독서모임을 만들어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혼자 하는 독서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꼈다. 같은 책을 읽어도 각자 살아온 환경에 따라 생각하는 게 달라서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그렇게 책을 읽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나름대로 출판에 대한 간절함이 생겼다. 그때까지 내가 알고 있던 ‘작가’라는 이미지는 한 분야에 정통한 사람 또는 골방에서 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글만 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인상 깊은 책을 읽고 그 책을 쓴 작가들을 직접 찾아가 대화를 나누면서 ‘작가’가 된다는 게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도 나와 같은 과도기를 겪었고, 그것을 이겨내고 한 단계 더 성숙한 상황에서 자신의 경험과 교훈들을 녹여냈기 때문이다.
독서 후 이전의 수동적인 삶과는 상반된 삶을 살고 있는 나도 책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독서를 통해 인생이 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고, 약 한 달 정도 머릿속의 이야기들을 형상화시키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출판된 첫 책으로 서울 영풍문고에서 저자 강연회를 했고, 그 후 한 달에 두 번 정도 꾸준히 강연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사람들 앞에서 두려움 없이 설 수 있게 되자, 내가 모임장으로 있는 독서모임에서 기획한 ‘원주민대로’라는 원주 최초의 일반인 토크 버스킹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게 되었고, 조금 더 발전시켜 ‘군대와 독서’라는 콘텐츠를 다룬 두 번째 책도 쓸 수 있었다.
지금 내 꿈은 군대 최초의 독서 교관이다. 사병들과 독서모임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군대 안에서도 충분히 환경을 극복하고 사회로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의 군 생활이 한 번 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싶다. 굉장한 나비효과 아닌가. 단지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그 뒤로 작가가 되고 강연을 하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군대에 심리와 독서를 연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꿈까지 꾸게 되다니.
‘원래 말을 잘 하지 않았나요?’ ‘원래 글을 잘 쓰지 않았나요?’ ‘실패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을 것 같아요.’ 혼자 하는 강연보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강연을 더 좋아해서 많은 질문을 받는데, 대부분은 이런 내용이다. 책을 읽기 전에 나는 다섯 줄 이상 글을 쓰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SNS에 독후감을 올리는 게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것은 나와의 약속이었고, 그 작은 약속을 통해 내적·외적으로 변할 수 있다면 그 부끄러움도 기쁘게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말도 그렇다.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려고 하면 긴장해서 얼굴부터 빨개졌었다. 처음 강연했을 때도 전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게 너무 두렵고 떨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처음 강연은 실수투성이였다. 하지만 계속 연습하고 사람들 앞에 서게 되니 조금씩 발전할 수 있었다.
실패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처음 원고를 쓰고, 몇 백 개의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했지만 지속적으로 원고를 수정하면서 결국 첫 책을 낼 수 있었다. ‘뭔가를 하고는 싶은데 두려워요. 어떻게 해야 되죠?’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라고. 나도 익숙함이 좋다. 그동안 해왔던 것들이고 잘하는 것들이니까. 하지만 용기를 내서 뭔가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구체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었을까. 진정한 자존감이란 내가 가진 꿈이 현실로 이루어졌을 때 조금씩 쌓일 수 있다고 본다. 그렇기에 두려움을 이겨내고 그것에 익숙해지길 바란다. 또한 두려움을 즐기며 자신의 꿈에 가까워지길. 여러분의 처음이 무섭고 두려운 존재가 아닌 재밌고 신나는 놀이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